[기고]국회의원 수당,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나승철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새로운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다. 국회의원 수당 인하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의 수당을 내리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심사조차 안된 채 폐기되고 말았다. 중이 자기 머리 못 깎는다고 애초에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수당을 스스로 내릴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수당 인하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작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의 수당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수당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 수당법)이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이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를 지급받는다. 구체적으로 수당 부분만 살펴보자면, 국회의장은 149만6000원, 부의장은 127만5000원, 국회의원은 101만4000원을 받게 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150만원도 되지 않는 수당을 받으면서, 거기에 더해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수당을 인하하겠다고 한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국회의원 수당법이 1988년 12월29일 개정될 때 수당 부분이 마지막으로 개정됐고, 그 이후 개정 없이 과거의 금액이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필자가 파악하기로 현재 국회의장은 952만9000원, 부의장 812만7000원, 국회의원은 646만4000원을 수당으로 받고 있다. 법률에 규정된 것의 6~7배에 이른다. 물론 여기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여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법률을 어기면서 수당을 받아가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1984년에 국회의원 수당법이 개정되면서 국회 규칙으로도 수당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 규정이 도입됐다. 그래서 1987년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국회의원 수당 규칙)이 제정됐다. 규칙은 법률보다 하위 규범이다. 그런데 이 규칙에도 필요한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의 수당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재위임 규정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국회는 이 재위임 규정을 악용해 1988년 12월 이후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의 수당을 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국회는 국회의장이 국회 내부 규정인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고치는 방법으로 수당을 올려왔다. 이 규정은 인터넷에서는 검색조차 안되고 있다. 변호사인 필자도 꽤 오랜 시간 검색을 해서야 겨우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수당뿐만이 아니다. 입법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특별활동비, 여비도 국회의장이 정할 수 있다.

국회의원 수당법이 국회 규칙에 의해 국회의원의 수당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취지는 이렇다. 국회의원의 수당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도 법률을 개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만 예외적으로 국회 규칙에 의해 수당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회 규칙이 국회의장에게 재위임한 취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수당을 올리면서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국회의장이 고치는 방법을 취한 것은 국민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국회의장이 정하게 되면 국민으로서는 국회의원 수당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됨은 물론이다.

국회의원들이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눈을 돌리지 않고, 성실히 일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오히려 충분한 수당을 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국회의원의 수당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 그리고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국회의원 수당법이 존재하는 이유도 법률의 개정절차를 거침으로써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는 입법권을 남용해 아무런 감시와 견제 없이 자신들의 수당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 신뢰받는 국회는 한참 멀었다. 20대 국회가 반드시 이러한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

<나승철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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